[국내] “맘껏 공부하렴” 아프리카에 수학책 보내죠 2017-03-10


‘매년 아프리카 어린이 1800만 명이 더러운 물로 전염되는 설사병 때문에 사망한다. 전쟁이나 에이즈보다 더 많은 사람이 물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

조동희(34) 웰던프로젝트 대표의 인생은 2008년 접한 이 뉴스 때문에 180도 바뀌었다. 당시 비영리기구(NGO)에서 자원봉사 중이던 그는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전에는 제 인생이 혜택받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 뉴스를 본 후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축복인지 깨달았죠.”



조 대표는 식수가 부족해 생명을 위협받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해 ‘우물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우물을 뜻하는 ‘Well’과 ‘잘했다’는 뜻의 ‘Well Done’을 합쳐 ‘웰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아프리카에서 우물을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1000만원. 그는 모금을 위해 뜻이 맞는 디자이너들과 함께 엽서를 제작했다. 벼룩시장이 열리는 곳마다 찾아다니며 판매에 나섰지만 자리 값(1만원)도 못 벌 때가 많았다. “너무 쉽게 생각하고 도전한 게 후회됐어요.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 일을 그만두면 앞으로 어떤 일도 제대로 못할 것 같았거든요.”

그러던 중 한 포털사이트에 제안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한 달 만에 680만원을 모았고, 그중 100만원으로 텀블러·티셔츠를 제작해 목표액 1000만원을 달성했다. 그 직후 2010년 1월 콩고민주공화국 풍구르메 지역에 식수 펌프를 세웠다.



이어 아프리카 잠비아 지역을 방문한 조 대표는 교육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조 대표는 “아이들이 전기·수도가 들어오지 않는 학교에서 제대로 된 교과서도 없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무언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흥미롭게 공부할 수 있는 수학책을 만들기로 결심했고, 교사·번역가 등 15명 이상 전문가의 재능기부를 통해 2013년 ‘웰던 매스매틱스(Well Done Mathematics)’를 완성했다.
검은 피부를 한 아프리카 소년이 주인공인 이 책은 개념 설명·문제 등에 아프리카 환경과 생활을 최대한 반영했다. 현재 탄자니아 초등학생 200여 명이 이 책으로 수업하고 있고, 올여름 기니에서 5000부를 발간한다. 또 남아프리카공화국 교육부와 함께 이 책의 활용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아프리카 아이들이 이 책으로 공부하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려요. 앞으로 고급 과정도 개발하고, 모바일을 통해 교재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연구 중입니다. 전 세계 소외계층의 교육 격차를 없애는 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글=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