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고 아픔 덜자” 3D프린팅 의수 개발 … 가격은 40분의 1 2017-03-10


만드로의 이상호(36) 대표가 개발한 전자 의수는 절단 부위의 근육에 근전도 센서를 부착해 의수를 실제 손처럼 쓸 수 있다. 기존 의수보다 더 많은 15개의 손가락 관절을 사용할 수 있어 성능도 뛰어나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가격이 기존 의수(약 4000만원)의 40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정답은 3D 프린터에 있다. “팔 한 쪽에만 70~80여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전에는 일일이 금형을 짜야 했어요. 사람마다 절단 부위와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일일이 디자인을 하느라 비용이 클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이 대표는 이 과정을 3D 프린팅으로 대체했다. 설계도면을 만들어 3D 프린터에 입력하고 부품 생산 버튼을 누르면 끝이다. 2016년 7월 처음 제품을 생산했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에 나섰다.



이렇게 3D 프린터로 의수를 만들기까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 책임연구원이던 이 대표는 2013년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3D 프린터를 처음 목격했다. 당시 보급형 3D 프린터를 구매해 취미 삼아 연구하던 그는 이듬해 직장을 그만두고 만드로라는 1인 회사를 차렸다.

“처음에는 누구나 3D 프린터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3D 프린터 동호회에서 한 친구를 만나며 모든 게 달라졌죠.”

이 대표와 동년배인 A씨는 프레스기 사고로 양손을 잃었다. 그러나 기존 의수는 너무 비싸 꿈도 꾸지 못했다. “처음엔 딱 한 달만 재능기부하자고 생각했죠. 그런데 의수를 쓰고 싶어도 비용 때문에 못 쓰는 분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때부터 사업 방향을 의수 제작으로 틀었죠.”



개발 기간이 길어지자 이 대표는 3D 프린팅 관련 강의를 다니며 생활비와 재료비를 벌었다. 새벽까지 밤새워 연구에 몰두했다. 그는 “기존 제품은 너무 비싸 분해해 보지 못했고 그 대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의수 관련 자료들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주경야독 1년6개월 만에 이 대표는 100만원짜리 의수를 시장에 내놨다. 그가 개발한 의수는 출시 직후 코이카의 해외지원사업에 선정됐고, 이 대표는 내년까지 시리아 난민들을 위해 500개의 의수를 공급할 예정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쓸 수 있는 사람들이 한정돼 있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기술이 필요한 모든 이가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그 가치가 빛나는 겁니다.” 아직 이 대표가 만든 의수는 모든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완벽하진 않다. 지금 기술로는 의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20~30%에만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대표는 “더 많은 사람이 더 좋을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착한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