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도심 한복판에 게릴라 축구장 … 손흥민·푸욜도 함께 찬 ‘기부킥’ 2017-04-20
“동정심에 호소하는 기부 문화를 바꾸고 싶었어요. 아직도 깡마른 아프리카 아이들 사진을 보여주면서 ‘안 도와주면 이 아이들이 굶어죽는다’ 식의 접근이 많아요. 거절하고 나면 죄책감이 생기니, 기부란 게 점점 더 피하고 싶은 일이 돼버리죠.”



소셜 벤처 ‘비카인드’의 김동준(31) 대표와 최준우(31) 이사. 초등 동창 사이인 두 사람은 “재미있고 부담 없는 일상의 기부 문화”를 추구한다. 2012년 ‘비카인드’를 창업, 독창적인 기부 프로그램을 개발·진행하면서 지금까지 3억원 가까운 기부금을 모았다.

시작은 ‘생일 모금 플랫폼’이었다. 생일날 지인들에게 선물 대신 기부금을 받아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누구나 ‘비카인드’ 웹사이트에서 모금함을 개설하고 기부금을 전달할 대상을 지정할 수 있게 했다. 소설가 이외수, 가수 옥주현, 배우 신소율 등 유명인들이 동참하면서 2013년 1년 동안 1억원 가까운 기부금을 모았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입양 아기들의 기저귀·분유값과 루게릭병 환자들의 의료소모품비를 지원했고, ‘캄보디아 우물 건설 프로젝트’를 펼쳤다. 축구와 기부를 결합시킨 ‘슛포러브’ 캠페인은 2014년 시작했다. 도심 한복판에 게릴라 축구장을 만들어 행인들에게 페널티킥을 차게 한 뒤 성공하면 후원사에서 5000원씩 기부하게 만든 것이다. 당시 골키퍼를 맡았던 최 이사는 “아슬아슬하게 못 막는 것이 내 역할이었다”며 웃었다. 점수가 쓰여진 축구 과녁을 맞히면 점수에 따라 기부액이 달라지는 방식도 선보였다. 여기엔 축구 선수들도 대거 참여했다. 안정환·박지성·이천수·손흥민뿐만 아니라 카를레스 푸욜, 라울 곤잘레스, 존 테리 등 해외 스타들도 힘을 보탰다. “2015년 무작정 유럽으로 날아가 석 달 동안 머무르며 섭외한 끝에 거둔 성과”다.

‘비카인드’의 가장 큰 과제는 기부금을 실제 내는 후원사를 확보하는 일이었다. 매년 수십 군데 기업의 문을 두드렸고, 삼성카드·플레이독소프트·자생한방병원·고려대안암병원 등의 후원을 끌어냈다.

‘슛포러브’ 캠페인의 진행 상황은 동영상으로 제작해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올린다. 동영상마다 50만∼100만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동안 ‘슛포러브’를 통해 기부받은 2억여원은 전액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해 썼다.

지난 6일부터 이들은 다음달 20일 개막하는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의 성공을 기원하는 ‘슛포레스트검프’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45일 동안 축구공을 리프팅하며 수원·전주·인천·제주 등 6개 개최도시를 순회하는 이벤트다. 이들을 “희망과 꿈 등 스포츠의 가치와 기부를 연결시키는 콘텐트를 계속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