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을 받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닌 아들” 2018-05-14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세진이보다 더 행복한 삶 사는 친구들이 많이 있어요. 그 친구들이 훈장을 받는 게 마땅하죠.”

양정숙(49)씨는 12일 입양의 날 기념행사(중앙입양원 주관)에서 큰 상(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게 됐지만 끝내 시상식에 나타나지 않았다. 양씨는 이런 이유로 수상을 수 차례 굳이 사양하다 떠밀려 상을 받되 행사장에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상을 받을 사람은 입양되는 아이들이지, 자신 같은 입양 부모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보건복지부는 입양한 아들을 훌륭하게 키우고 입양을 긍정적으로 홍보한 공로를 인정해 양씨를 국민훈장 동백장 수상자로 결정했다. 양씨는 세계장애인선수권 3관왕을 기록한 ‘로봇다리 수영선수’ 김세진(21)씨의 엄마로 잘 알려져 있다. 장애 아동 입양 1세대이자 공개 입양 1세대로 통한다.

양씨는 “제가 잘 키운 게 아니고 딸·아들 등 우리 가족 전체가 잘 어우러진 거다. 앞으로 세진이처럼 될 아이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면 하늘에라도 훈장을 뿌려주고 싶다”고 했다. 12일 시상식장에서 양씨 대신 세진씨가 훈장을 목에 걸었다.

양씨는 ‘장애아의 엄마’로 유명하지만 ‘입양 부모’라는 사실은 비교적 덜 알려졌다. 그는 인터뷰 내내 “세진이를 낳았다”고 표현했다. 선천성 지체 장애가 있는 세진씨를 보육원에서 입양하기까지 순탄하지 않았다. 세진이를 처음 본 것은 1998년이다. 그때만 해도 장애아 공개 입양이 거의 없었다. 주변에선 “네가 미쳤구나” “장애아 데려다 앵벌이 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양씨는 “우리 아이가 제 눈에는 너무 예쁜데 사람들이 징그럽다고 해서 화도 나고 미안하기도 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좀 달라졌을까. ‘노’였다. “나아진 게 없어요. 대놓고 이야기를 안 한다는 정도가 좀 좋아졌을까. 그것도 다른 사람 삶에 대한 관심이 줄어서인 거 같아요.”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도 뼈있는 충고를 했다. “‘입양을 하려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묻는 사람이 많아요. 지나친 환상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양씨는 수차례 ‘입양은 최후의 선택’이라고 했다. 파양이나 아이의 상처를 걱정해서다. 그는 “유전자를 물려주지 못해도 삶의 유전은 해줘야 한다”면서 “예쁘게 데리고 와서 키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평생 겪을 어려움을 충분히 생각하고 입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씨는 얼마 전까지 대리운전할 정도로 형편이 넉넉한 편이 아니지만 사랑을 나눈다. 아동양육시설에 있는 11살, 10살 아이를 주말에 데려와서 집에서 같이 지낸다. 서로를 부르는 호칭은 ‘엄마’ ‘아들’이다. 그는 “같이 살지만 않을 뿐이지 한 가족”이라고 했다.

국내 입양 아동은 2012년 1125명에서 지난해 465명으로 줄었다. 양씨의 마음이 조급하다.

“시설에 봉사활동 가보면 누군가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요. 그들에게 엄마가 필요해요. 병원에서 ‘임신입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쁜 것처럼 입양아를 바라봤으면 좋겠어요. 입양 부모도 어려움을 일기처럼 썼으면 해요. 나중에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라고 아이를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