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폭 두목, 사회복지사로 인생2막 2018-12-06


칠성파와 함께 부산 양대 조폭(조직폭력)으로 꼽힌 유태파 두목 김유태(62·사진)씨가 부산경상대 사회복지학과 19학번 새내기가 됐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 비영리 봉사단체를 설립하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수시(만학도 전형)로 합격했다. 그는 2018년 방송통신고등학교를 마쳤다.

40년간의 조폭 생활과 9년간의 옥살이를 청산하고 사회복지사로 인생 제2막을 시작하려는 김씨를 지난 3일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만났다. “인터뷰에 응할지 고심이 많았다”는 그는 “언론에 공개돼 지켜보는 사람이 많으면 마음먹은 것을 끝까지 지켜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담배도 금연 결심을 주위 사람에게 알리니깐 끊게 되더라”고 말했다.

검은 가죽장갑을 끼고, 각목을 잡던 그의 투박한 손에는 반찬 통이 들려 있었다. 그는 어묵과 두부, 콩나물, 돼지 김치찜을 꾹꾹 눌러 담았다. 독거노인에게 줄 도시락이다. 반찬은 김씨와 가족들이 만들었다. 도시락을 다 싸자마자 그는 이날 오후 1시부터 2시간 동안 독거노인 30명에게 배달했다.

김씨는 2015년 6월 ‘더불어우림 숲 봉사회’를 만들고 회장을 맡았다. 봉사 회원은 23명. 회비와 후원금으로 도시락을 만든다. 한 달에 200만~300만원 정도 든다.

김씨가 봉사활동을 결심한 건 오로지 가족 때문이다. 그는 “2008년부터 3년간 교도소에 있으면서 80대 노모가 돌아가실까 봐 노심초사했다”며 “장성하게 자란 자녀와 손주도 눈에 아른거렸다.

출소 이후에는 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돼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2012년 3월 출소 후 그는 부산 동구 적십자회장을 했던 외사촌 동생을 따라 우연히 봉사활동을 나갔다. 조폭 출신인 줄 모르고 자신을 반기는 노인을 보면서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동구 일대 독거노인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3년 넘게 봉사활동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적이 없다는 김씨. “나를 기다리는 어르신을 생각하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주 월요일은 도시락 배달을 갑니더. 2016년 가스레인지 불을 켜두고 잠이 든 노인 집을 찾았다가 불을 끈 경험을 한 이후로는 사명감까지 생겼습니더.”

1956년 부산 동구 범일 5동에서 태어난 김씨는 중학교 시절 레슬링 선수를 하다 조폭 선배 눈에 띄었다. 1974년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당시 ‘용길파’ 조직에 가입했다. 1989년 자신의 이름을 딴 유태파를 결성하고 조폭 두목이 됐다. 그해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이후에도 3번이나 더 교도소를 들락날락했다.

그의 마지막 바람은 비행 청소년을 바른길로 인도하는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봉사만큼 쉬운 게 없습디더. 봉사는 취미고, 청소년 선도가 최종 목표입니더. 제가 걸었던 음지의 길을 비행 청소년이 되밟지 않아야 하니깐요.”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 중앙일보